도움이 될 것 같아 올립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 성인성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병에 대해 아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환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많은 환자들이 약 복용을 소홀히 하거나 생활습관을 고치지 못해
합병증을 얻는다. 자신이 환자라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인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나 처음으로 내원한
환자들에게 나는 세 가지를 말해준다.
첫째, 환자는 성인병이란 자녀를 새로 가지게 됐다. 부모들은 대부분 자기 자녀에 대해 정성을 다해 뒷바라지하려 한다. 능력이
닿는 대로 잘 해주려고 하며 그릇된 길로 나갈까 노심초사한다. 자녀들도 대부분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효도하며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몇몇 자녀들은 부모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어긋나가기도 한다.
성인병은 환자가 노력을 하고 조절을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합병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아주 조절이 잘 되던 성인병
환자에게서도 드물지 않게 합병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혈압약을 먹고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온 사람은 정상이 아니다. 약으로 조절이
잘 되는 고혈압 환자다. 따라서 항상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어야 합병증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둘째로, 환자는 학생이고 의사는 감독이다. 학생이 학교에 열심히 출석하고 매일 공부하듯 환자는 규칙적으로 병원에서 진료받고 매일
약을 잘 복용해야 한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기말고사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 그래서 중간중간 쪽지시험으로 공부가
올바르게 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부족한 점을 미리 알고 대비하면 성적이 오르게 마련이다. 의사는 합병증을 초기에 진찰로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쪽지시험 보듯 정기적으로 몇 가지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학생인 반면 의사는 선생이라기보다 팀의 감독에 비유할 수 있다. 환자들은 대개 병의 경과에 대해 막연히 알 뿐이다.
의사는 아주 가벼운 환자부터 매우 중한 환자까지 모든 경우를 알기에 각각의 경우에 맞는 조언을 할 수 있다. 의사가 환자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환자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지 지도·감독하는 것이다. 세계 정상급 골프 선수나 야구 선수들도 감독에게서 코치를
받는다. 몰라서 코치를 받는 게 아니다. 폼이 흐트러지고 나태해지지만 자신은 그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알아도 잘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 합병증 생겨도 나는 안 생길 거라는
괴상한 자신감으로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런 환자들에게 농담 삼아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다
시험해 본 건데 왜 자기 몸을 갖고 또 시험을 하세요?" 현재 의학은 수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해 얻어진 성과물이다. 더
발전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최선의 치료방법이다.
성인병은 대개 환자와 평생 같이 가는 동반자이다. 이를 인정하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평생 좋은 친구가 되고, 그러지 않으면 죽지 못해 사는 '웬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