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스토리]
깜박했던 동창회가 오늘이라는 것을 깨달은 할머니가 옷을 급하게 차려입고 길에 나섰다. 지하철역으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있는데 한 학생이 다가와 친절하게 말했다.
“할머니, 제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도와드릴까요?”
할머니는 호의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횡단보도를 건너가려고 했다.
학생은 깜짝 놀라며 할머니를 말렸다.
“할머니, 아직 아닌데요. 아직 빨간 불이거든요.”
그러자 할머니는
“아니야, 동창회 늦어, 지금 건너야해.”라며 막무가내로 건너가려고 했다.
그러나 학생은
“할머니, 빨간 불일때 건너면 위험해요!”
라고 건너지 못하게 잡았다. 그러자 할머니는 학생의 뒤통수를 냅다 치며 말했다.
“이눔아! 파란 불일 때는 나 혼자서 충분히 건널 수 있어!”
[두번째 스토리]
결국 빨간 불일 때 막무가내로 급히 건너가던 할머니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반대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한 청년이 얼굴을 바닥에 대고 가만히 있는 할머니를 부축해 일으키려고 했다.
“할머니,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어요.”
그러나
청년이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할머니는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바닥에 얼굴을 대고 버텼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움직일 수 없으세요? 정말 큰일이네 어떻하지.”
결국, 청년이 온 힘을 다해 할머니를 세우자 할머니는 청년의 뒤통수를 냅다 치며 말했다.
“야! 이눔아! 지금 뭐 다치고, 큰일이고가 문제냐? ….쪽 팔려 죽겠는데!!”
[세번째 스토리]
늦게 동창회에 참석한 할머니가 동창들 앞에서 미안한 마음에
“늦게 온 벌로 내가 우리학교 교가 한번 불러볼까?”
“여태 교가를 안 잊었단 말이야?”
동창회에 참석한 모든 할머니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난 다 까먹었는데. 한번 불러봐.”
의기양양해진 할머니는 일어나 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를 불렀는데도 할머니들은 오랜만에 들으니 좋다며 박수를 쳤다.
집에 돌아온 할머니는 동창회에 있었던 이야기를 할아버지에게 하며 자랑스럽게 다시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 참 듣고 있던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어? 우리학교 교가랑 비슷하네..”
[네번째 스토리]
할머니가 또 동창회에 다녀왔다. 다녀와서 얼굴에 심통이 나있자 궁금해진 할아버지가 물었다.
“임자. 왜 그래?”
“별일 아니유.”
“별일 아니긴..얼굴에 뭔 일이 있다고 써있는데.”
“아니라니께.”
“말해봐. 동창회에 가니 당신만 밍크코트가 없어?”
“………….”
“당신만 다이아 반지가 없어?”
“………….”
“그럼 뭐야?”
그러자 할머니가 긴 한숨을 쉬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만 아직 남편이 살아 있슈”
[마지막 스토리]
할머니가 동창회를 다녀와서는 할아버지와 크게 부부싸움을 했다. 손에 잡히는 것이면 던지면서 굉장한 부부싸움을 했다.
화가 오를 데로 오른 할아버지는
“내가 죽어도 관 뚜껑을 열고 흙을 파고 나와서 할망구를 괴롭힐거야. 각오해!”
“……..”
그리고
어느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런데
장사를 지내고 돌아온 할머니는 동창생들을 모두 불러 잔치를 베풀고 신나게 애국가를 부르면서 놀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동창 하나가 할머니에게 걱정이 되는 듯 물었다.
“걱정안돼? 할아버지가 관 뚜껑 열고 나와서 괴롭힌다고 그랬다며.”
할머니는 계속 애국가를 부르며 미소 띈 해맑은 얼굴로 대답했다.
“걱정마. 내가 그럴줄 알고 내가 관을 뒤집어서 묻었어. 지금쯤 땅 밑으로 계속 파고 있을걸.”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