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에 시작한 예배는 12시를 지나 1시 반까지 계속되었다. 무려 2시간 30분. 주일에 몇 부씩 예배를 보는 교회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성도들은 다 참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찬양이 길었던 것이 아니라, 한 마디로 ‘참여하는 예배’였다. 예배에 앞서 찬양을 인도한 찬양팀의 인적 구성이 놀라웠다. 어린아이들과 중고등부 대학청년 장년까지 한 팀을 이루어 인도했다. 그렇게 성도가 많지 않은 교회에서 구성된 전 세대 찬양팀은, 예배 전체를 가족적인 분위기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예배 자체가 ‘세대통합예배’이다. 모든 세대가 어우러져 주일예배를 드린다. 중간 중간, 초등부 아이들이 ‘부흥집회’ 기간 동안 더 어린 동생들을 돌보았다고 교회 앞에 칭찬하고 선물을 받는 순서도 있었다. 또 두 명의 주일학교 아이들은 ‘생명의 삶’ 훈련 기간을 마치고, 온 교회 앞에 간증문을 읽어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성도들의 ‘참여 순서’는 계속되었다. 새신자로 등록한 성도를 축복하는 시간은, 저들을 VIP로 품고 인도해낸 ‘목장’의 식구들의 진심어린 축하로 뜨거웠다. (이 교회는 기존의 예수 믿는 신자들은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모든 교인들이 목장을 통해 처음으로 예수를 믿고 교인이 된다. 2018년은 30여명 정도 세레를 받았다.).
성도의 ‘참여’ 순서는 계속되었다. 목장(기존의 구역예배나, 셀과 유사하나 평신도에게 목양권을 부여하여, 자체가 작은 교회 공동체로 운영되는 소그룹모임)에서 섬길 목자의 임명식과 각오를 듣는 시간, 새로 목자로 세워진 성도의 간증을 듣고 서약을 하는 시간, 목장이 커져서 분가하여 새로 생긴 목장의 목원들을 축하하는 시간, 기쁨과 눈물, 감사와 다짐이 이어지는 순서들로 가득했다. 전체가 함께 울고 웃는 ‘가족 이상의 가족’ 같은 공동체의 모습이었다. 2시간 넘어가는 이런 교인들의 다양한 ‘참여’가 있는 예배가 지루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모두 자신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 목자가 된 교인들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며 들어오는 목자들의 얼굴에는 눈물과 기쁨과 흐믓함의 미소가 배어 있었다.
‘살아 있는 교회’라는 말이 잘 맞았다. 왜 ‘살아있을까?’ 성도 모두가 목장을 통해서 한 영혼에 대한 사랑과 수고를 직접, 함께 감당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혼을 살려내는 기쁨, 그 말할 수 없는 목양의 보람을, 전문목회자가 아니라, 성도들이 목자, 목녀로서 감당하고 있었다. 예배는 축제였고, 이별이었고, 새로운 만남이었고, 서로를 격려하는 강한 연대감의 분출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오늘은 순서들이 많았지만, 이 교회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매주 2시간 30분에서 3시간에 달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한다. 예배가 끝날 때, 마지막 찬송을 하면서, 결신하고 싶은 사람, 헌신하는 사람,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이 앞으로 나왔다. 목사님은 이들을 위해 예배 후에도 기도를 해주느라 한 참을 더 서 있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이것이었다. 이 교회는 섬기고 사랑하는 목양의 특권과 책임을, 모든 성도에게 목장을 통해 ‘나누어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존귀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영혼을 섬기느라 사랑 받고 사랑하는 관계 속에서, 성도들은 스스로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쓰임을 받는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게 된다. 성도들은 간증을 마칠 때마다, ‘성도님들, 하늘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한다. 하늘 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영혼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목원들을 통해 받을 때, 그리고 그런 사랑을 또 다른 잃어버린 영혼을 향해 쏟아 부을 때, 그럴 때 느끼는 하나님의 마음, 그것보다 더 큰 하늘 복이 또 있을까.
예배를 마치고 목사님과 식사를 하며,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목사님은 역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목자들과 목녀들을 돕는 자가 되는 것, 그것이 계속해서 싸워야 하는 싸움이라고. 이어지는 평신도 사역자들인 목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에 새로 목자가 된 분은 이 교회의 특징, 자신을 사로잡았던 이 교회의 특징은 바로 성도들의 ‘섬기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아무도 사랑이 무엇이라고 말로 가르치지 않지만, 그 사랑의 수고와 섬김을 실제로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하나님은 믿지 않았지만, 자신을 사랑으로 섬기는 그 목자, 목녀는 믿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믿는 하나님을 알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정작 자신은 사회생활 속에서 섬기는 그리스도인을 만나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대화를 나누었던 또 다른 목자는, 자신이 평신도로서 불신자를 가정으로 초청해서 함께 식사하고 찬양하고 나누고 기도하는 목장 사역을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돕는 또 다른 목자들의 모임 때문이었다고 말해주었다. 이 교회는, 영적 생명을 낳는 목자들의 모임이 많았다. 거기서 서로 목양(牧羊)의 어려움과 지혜를 나눈다. 담임 목사님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달려가지만, 많은 경우는 자신들이 해결한다고 한다.
나는 가정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에 목장 모임을 하면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목자들은 그런 것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조금 지나면 목원들이 자신들의 가정에 초대하기도 하고, 그것보다는, 불신자였던 사람이 사랑과 섬김의 코이노니아 속에서 진정 세상과 다른 공동체를 발견하고 거기서 치유를 받고 하나님께 나아와 예수 믿고 새 사람 되는 것을 보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증언했다.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평생 이 일을 할 것이라고.
종교개혁의 가장 중요한 기치 중 하나는, ‘전성도(全聖徒) 제사장’주의이다. 모든 성도가 성령 하나님께로부터 은사를 받았고, 저들은 하나님 앞에서 각자 ‘왕 같은 제사장’이다. 목사는 ‘성도를 온전히 세우는’ 일을 ‘돕는 자’이다. 성도들 자신이 세상 속의 잃은 양들의 목자요 그들을 섬기는 목사들인 것이다. 이 교회는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성경의 원리를 실제로 실행하여 열매를 보고 있는 교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살아 있는 영적 생명의 교제와 기쁨이 있는 공동체로서의 교회였다. 그것이 저들이 말하는 ‘하늘 복’일 것이다. 2018년 12월 2일 주일에....
2018.12.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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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일 주일에 오셔서 예배를 같이 드리며, 시간을 갖고 가셨는데 너무 과찬을 해 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