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학교다닐때 중요한 시험 전만 되면 아주 끈질기게 (진짜 물귀신처럼) 나타나는 것이 뒤로 빼돌린 시험지와 가짜 정답지였다. 그래도 빼돌린 시험지는 시험지에 적힌 문제는 공부를 하게 해 평상시 공부안하는 학생들에게 그나마 공부는 하게 여지는 주는 고마운 시험지였지만 가짜정답지는 OMR카드에 번호만 달랑적혀 있어 지푸라기라도 잡아볼려는 게으름뱅이들에게 참으로 헛된 꿈과 야망을 심어주는 질이 안좋은 장난이였다.
이 가짜정답지는 시험당일전까지 우후죽순처럼 나타나 그걸 믿은 순진한 분들의 성적을 홀라당 말아먹게 만들고 유령처럼(정말 귀신이다)사라져 주위에서 낙심하는 이를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만들고, 아련하고도 애뜻한 슬픔만 남겨놓는 그런 정답지였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그걸 믿는 친구들은 기똥차게 평상시에는 놀고 망상만 하다가 매번 시험 당일만 되면 어디서 입수했는지 그걸 보물인양 소중하게 간직했다. 내가 말리면 되려 화를 내면서 ‘그 답안지’를 믿는 친구들끼리 어소시에이션을 조직해서 자기들끼리 쑥떡거린다. (마귀가 가장 좋아하는 떡이 쑥떡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러면서 되려 그걸 믿지 않지 않고 공부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측은하면서도 애뜻한 눈빛을 보내면서 나를 위로까지 하려드는 것이 아닌가.
내가 세상에 나와보니 수많은 시험들이 떡 버티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창시절때는 예습,복습 충실하고 성실하게 선생님 강의만 들으면 무난했던 시험들이 사회에서 나와 치는 시험들은 마땅한 참고서도 없고 한번도 들어보지도 경험해보지도 못했던 시험들이 나를 기다리고 탈락시켜려 아예 마음을 잡숫고 출제되고 있었다. 너무 힘들다가 보면 예방차원에서 ‘가짜정답지’라고 쥐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아진다.
법륜스님이란 분은 인생의 문제 앞에 이렇게 글을 쓰신것을 본적있다.
‘내가 문제 삼으면 이 세상에 문제 아닌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문제 삼지 않으면 이 세상에 문제 될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인생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문제를 삼아 열심히 해결하는 방법이 있고, 문제 삼지 않아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법륜스님은 인생문제의 두가지 해결방법을 제시했지만 그러나 성경의 예수님은 ‘나는 길이요. 생명이니’라고 하시면서 인생의 문제앞에 나를 따르면된다고 더욱 적극적인 해결방법을 몸소 보여주셨다.
이렇게 인생문제앞에 예수라는‘정답지’가 주어 졌음에도 미국이 예전에 없던 불경기라서 그런지 최근 ‘시한부종말론’이라는 ‘가짜정답지’가 불안한 사회심리를 이용해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시한부종말론’이 대두되면 언제나 ‘선택받은 자는 휴거를 하게 된다는 이론’도 동반으로 뜨는데 ‘휴거설’하면 나는 예전 다미선교회가 생각난다. 다미선교회를 통해 휴거설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장림은(1947년생, 현 새하늘교회 담임(구 다미선교회) , 이름을 최근 ‘~답게 살겠다는 의미로’ 이답게로 개명했음) 1992년 9월24일 34억여원의 헌금을 착복한 사기혐의로 검사앞에서 선 그의 변명은 구차했다.
“저는 이번 휴거(携擧) 대상자가 아니고 ‘환란시대’에 지상에 남아 순교해야 할 운명입니다. 그래서 활동비를 준비해 둔 것뿐입니다.”
혼란이 확산되자 당국은 9월 24일 이 목사를 전격 구속했다. 하지만 이미 불이 댕겨진 ‘집단적 광기(狂氣)’는 식을 줄 몰랐다. 심지어 이 목사 스스로 휴거설을 철회하며 사과 성명을 냈지만 신도들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 목사는 성경에 나오는 7년 환란설, 천년왕국설 등을 짜깁기하고 유럽연합(EU) 출범 등의 정세를 대입해 ‘종말의 날’을 예언했다. 그는 하나님의 ‘직통 계시’를 받았다는 청소년들까지 동원해 교세를 넓혀갔다. 경찰은 종말론 신도를 전국 250여 교회의 2만여명으로 추산했다.
신도들에게는 현세가 부질없었다. 재산을 버리고 가정도 버렸다. 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했고 임신부는 아기를 낙태했다. 이 목사는 “세상의 물질적 가치를 포기해야 휴거될 수 있다”며 재산 헌납을 부추겼다. 휴거날이 가까워지자 신도들은 집단생활을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자고 손목을 잡는 남편에게 아내는 “악령에 씌었다”는 폭언을 퍼부었다.
10월 28일 밤. 전국 166개 교회에 흰옷을 입은 신도들이 집결했다. 나방 한 마리가 불빛 속을 날자 누군가 “나방이 휴거된다”고 소리쳤다. 사람들은 ‘할렐루야’를 외치며 환호했고 두 팔을 들어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집회 주최자들은 뒷문으로 도망쳤고 멍한 표정의 ‘흰옷 부대’는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비척비척 흩어졌다.
1년 뒤. 이 목사는 출소 후 가진 첫 설교에서 “시한부 종말론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으며 영혼에 대한 마약과 같은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고단한 삶을 잊게 만드는 ‘영혼의 마약’. 그것에 속수무책으로 중독된 사회가 얼마나 허약했고 ‘가짜답안지’를 쥐고 로또당첨같은 또다른‘인생역전’을 꿈 꾸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시한부 종말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