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선교 관계자 여러분!
저는 일본 가와사키에서 사역하는 조남수선교사입니다. 비난의 욕을 먹고 혹시 매장을 당할 수 있다는 각오로 이 글을 드리니 용서를 빕니다. 일본에 내린 재난으로 얼마나 놀라셨겠습니까? 자식을 보내 놓고, 형제를 보내 놓고 얼마나 초조하셨겠습니까? 그러나 재난의 때 일수록 우리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 것인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보기에 조심스럽게 몇마디의 의견을 올리니 용서하시고 나누길 바랍니다.
지난 3월11일 오후2시46분에 발생한 M9.0의 지진으로 순식간의 쓰나미가 할키고 간 뒤의 피해는 숫자로 표현하기 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3월18일 현재 7197명 사망, 행방불명자 18770명, 긴급피난자 45만명입니다. 무엇보다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폭발 위험이 우리를 죽음의 공포 속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런 긴급한 상황 속에서 지난 13일 후쿠시마 후다바병원의 원장 의사와 의료진들이 146명의 중병환자를 병원에 남긴채 자신들이 먼저 피난을 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러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14일 피난가던 의사들의 연락을 받은 자위대 군인들이 15일 환자들을 긴급 후송을 합니다만, 후송 도중에 21명의 환자가 길거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저는 자신들의 안전만을 생각한 나머지 피난길을 떠난 후다마병원의 의료진들을 비난할 정도로 의롭지 못하며, 그들을 비난할 정도의 용기 조차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의 생명을 위하여 소명받은 의사의 아버지 히포크라데스의 후예들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 됩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진료를 받기를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극히 일부 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부름받아 지금 재난의 땅에서 고군분투하시는 선교사님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가족의 안전을 위하여 떠나시는 분들을 위하여 안전하게 돌아 오실 날을 기도합니다. 그러나 이 땅을 위하여 부름을 받은 선교사님이라면 고난받는 영혼들이 있는 곳에서 같이 자리를 지켜 주시길 눈물로 호소합니다. 여러분이 떠남으로 인하여 수많은 영혼들이 더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함께 죽어야 할 우리의 사명은 종료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의 재림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부디 부족한 종의 소리를 다시 나누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미국 ABC테레비에서 후쿠시마의 50인의 영웅들이라고 보도하고 있는 전력 연결 전문 작업자 50명은 전원 자원자이며 방사능 피폭의 죽음을 각오하고 원전 속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들은 동일본지역의 6천만의 생명을 짊어지고 24시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진행되어 간다는 소식을 듣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들이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기에 아직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원전 폭발의 위험속에서도 쓰레기의 분리수거를 위한 자신의 일을 묵묵히 계속하는 동네 청소부의 모습 속에서 우리 주님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마음 한 구석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저는 재난을 만난 이 땅에서 이들의 복구를 도우며 저의 소명을 다하길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일본을 포기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원전사고는 반듯이 멈추게 될 것입니다. 지금 일본을 향하여 미국 필라델피아를 출발했다는 자원 봉사자들의 소식을 받고 이제 펜을 놓고자 합니다. 주님 앞에 선 우리의 소명은 어디에 있으나 같습니다. 그러나 부름 받은 그 소명의 자리를 지키는 자가 충성된 종임은 틀림없습니다.
주안에서 여러분의 평안을 계속 기도하겠습니다. 제177차 평신도세미나도 계획대로 일본에서 진행됩니다. 꼭 기도도 동참하여 지원해 주십시요.
일본 가와사키에서 조 남수선교사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