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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모아 길 찾기

바야흐로 꽉 찬 2년이 되었습니다. 2년전 그 때는 낙망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 교회 형편 때문에 고심 끝에 외부 강사를 모시고 부흥집회를 하기로 했는데 그 때 난생 처음 락다운이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우리 교회 집회 순번이 되었을 때 호주 정부는 강제 봉쇄령을 내렸고 모든 집회와 가정에서의 모임조차 닫히게 되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당시 강사로 오신 심영춘 목사님은 목장 한 곳과 연결되어 그 옛날 로마의 어느 교회처럼 차도 멀리 주차하고, 숨을 죽이고 잠입하여 찬송도, 큰 웃음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 목장만을 위해 조용히 그야말로 말 그대로 가정교회 집회를 해 주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2년전 그 때는 팬더믹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던 시절이었고 워낙 교회를 향한 급한 마음에 목사인 저 자신이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 그 가정에서의 집회는 시드니 삼일교회가 다시 가정교회의 길을 찾게 하는 희미한 불빛이 던져진 때였습니다. 그 목장은 2년동안 제법 잘 성장하였고 다시 만나게 된 강사 목사님을 누구보다 기다리는 성도가 되었고 강사님께 보고할 내용이 제일 많은 목자(녀)로 변해 있었습니다.

 

등불 들고 길 찾기

시드니 삼일교회는 외부에서 오시는 어떤 분도 반기지 못하는 교회입니다. 담임 목사를 닮아 교회 전체 분위기가 AAA 인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정교회 전환 후 만 6년이 지나고 35주년된 이민교회지만 가정교회라는 말도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자주 써 보지도 못했고, 부흥회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한국에서 강사님이 오신다고 하니 2년전에 만남이 있었던 몇 분을 제외하곤 아무 기대감도 없는 듯했습니다. 더군다나 강사 목사님은 집회 후 며칠 더 우리 교회와 함께 머무는 스케줄이라고 하니 부담 내지는 방관의 자세로 집회를 기다리는 듯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담임 목사 입장에서는 초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사 목사님 모시고 실수하는 것은 아닌지, 사람은 몇 명이나 올 것인지, 집회 후에 괜한 불평들만 더 생기는 것은 아닌지 등등. 그런데 가만히 보니 어느 덧 우리 중에도 슬기로운 처녀들이 있었습니다. 강사 목사님 요청하신 대로 준비 기도회를 하자고 하니 릴레이 금식에 참여하는 분들도 꽤 있고 그 중에는 기도 기간 내내 전체 금식을 선포하고 실천하는 성도도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웬일인지 여기저기에서 강사 목사님 오시면 섬겨 보겠다고 자원하는 분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안심이 되었고 그 분이 오실 때까지 기름만 잘 준비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렸습니다.

 

후라쉬(?) 들고 길 찾기

20년 3월 그 때 ‘내년에 반드시 와서 시드니 삼일교회와 함께 해 주시겠다’라는 약속은 코로나로 인해 2년이 다 찬 뒤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며 맞이하고자 했던 목사님이 웬걸 시드니 도착 하루 전 코로나 검사 결과로 인해 비행기 탑승을 못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또 이렇게 기회를 놓치고 우리는 또 미로 속에서 헤매는구나 라는 낙심이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전체 스케줄을 2주 뒤로 미룬 뒤 부흥 집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미크론 기세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푸짐한 음식으로 잔치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첫날 심 목사님은 행복한 신앙생활이라는 주제로 집회를 시작하셨는데 마술처럼 우리 교회 성도님들의 마음 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집회가 끝난 다음에도 ‘내가 먼저 행복한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 라는 결단은 여전히 대부분의 성도들에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집회를 통해 귀차니즘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목장을 통한 영혼구원하는 삶에 도전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 목자는 3년전 세례 받을 때와 같은 감동이 되살아났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갈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저런 삶의 짐으로 인해 뒷짐만 지고 있던 사람들도 가정교회는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눈치였습니다. ‘됐다, 이 정도면 됐다’ 라며 나는 속으로 감사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미로 속에서 담임목사 혼자만 후라쉬를 들고 외롭게 서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강사 목사님이 성도들에게도 그 후라쉬를 나누어 주고 가셨습니다. 그 모아진 후라쉬를 들고 앞을 비추니 우리 앞길이 더 환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꿈을 갖고 길 찾기

이번 집회 성과는 ‘꿈’ 이었습니다. 집회를 마친 그 다음 주일은 각자가 얻은 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드니 삼일교회는 꿈이 없는 교회였습니다. 목사인 저도 그냥 우리 교회 목장들이 잘되면 좋겠다 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졌을 뿐 주님 주시는 꿈을 성도님들과 공유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집회는 우리들에게 꿈을 갖도록 격려해 주신 집회였다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받은 후라쉬에 꿈이 더해지니 앞에 뚫린 곧은 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 고갯마루 넘어 갔을 때 우리를 통해 이루실 주님의 일들에 대해 상상하도록 해 주었습니다. 미로 속에 앞 길을 찾은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호기심과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가정교회 부흥집회를 하고 나니 정말로 시드니 삼일교회가 달라졌습니다. 가정교회는 심 목사님처럼 미로 속에 갈 길을 모르고 헤매는 교회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후라쉬를 나누어 주는 분들이 있기에 정말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시드니 삼일교회는 내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후라쉬 하나라도 더 보태어 앞을 비춰 보고자 합니다. 주님 소원을 들어 드리는 교회가 되도록 우리 앞 길을 밝혀 주실 주님을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집회를 마치고 나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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