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스태프 회의에서 브랜트 한센이라는 분이 쓴 'Unoffendable' 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번역하면 '좀처럼 감정이 상하지 않는 사람'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분의 얘기는 우리가 어떤 일에 감정이 상하고, 기분이 나빠지고, 화가 나는 것은 다분히 우리의 선택이라는 것이고, 본인의 경우는 감정을 상하지 않기로 선택했던 그 때부터 본인의 인생과 믿음 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분은 목사님의 아들로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고, 늘 경건하게 살려고 노력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모든 일에 원칙적이었고, 율법적이었으며, 쉽게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를 돌아보니 언제나 남에게 화를 내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파킹랏에서 도로로 나가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 도로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자기차를 못보고 빠르게 들어오면서 부딪칠 뻔 한 것을 보며 놀래서 '미친 놈! 왜 이리 빨리 들어와' 했는데, 그날 저녁에 똑같은 장소에서 이번에는 자기가 나오려고 서 있는 차를 못보고 빠르게 들어가다가 부딪칠 뻔 했는데, 이번에도 또 상대를 향해 '미친 놈! 왜 거기 서 있는 거야? 보이지도 않는구만!'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자기는 늘 다른 사람은 틀리고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고 있고, 따라서 내가 기분 나빠하고, 감정 상해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크리스천들이 더 남의 행동이나 말에 대해 기분 상해하고, 자기가 분내는 것은 의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의분은 크리스천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믿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본인의 교만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기분 상해 할 권리를 스스로부터 빼앗고 난 후부터 비로소 내 자신을 부인한다는 것이 뭔지가 깨달아 지고,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던 인성이 변하기 시작하더라는 것입니다.
저는 화를 잘 내는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화가 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 않는가? 특별히 불의한 일에 대해서 느끼는 화는 분명히 선한 일의 동기가 되지 않는가? 예를 들어 마틴 루터 킹 목사도 본인이 참을 수 없었던 의분 때문에 차별에 맞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맴돌아서 쉽게 동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생각해 볼 수록 이 분의 얘기가 맞다고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불의를 보고 느끼는 분노의 마음과 내가 화를 내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우선 우리가 기분상해 하는 것이 불의 때문인 경우보다는 자존심이 상한다던지 하는 다른 이유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또한 우리는 충분히 기분 상하지 않고도 불의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가 그렇게 쉽게 기분 상해하고, 분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지 우리의 습관이고, 내 자신이 너무 중요한 우리의 교만 때문이다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말이 기분 나쁘다고 느껴질 때, 무시당했다고 느껴질 때, 그냥 감정을 쫓아 화를 내지 말고, '난 화를 낼 권리가 없어.' 라고 본인에게 얘기해 보면 어떨까요?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도 예외 없이 누군가에게 화가 나는 그 동일한 일을 또 누구에겐가 저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용서하신 하나님께서 분내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 나에게 맡기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