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신 분들은 어느 글에서 빵 터졌는지 댓글로 말해 주시기 바랍니다.
1.목사로 안수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희 교회 첫 유아세례식을 했습니다. 개척교회가 늘 그렇듯, 제가 성찬 준비와 세례 준비까지 다 하고 주보와 차량운행까지 하려니 실수가 많았습니다. 넥타이도 안 매고, 성경도 없이 단상에 올라갔지요. 주보에는 오타 투성이였고, 설교는 머릿속에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세례문답까지 하고 세례를 주려고 세례반 뚜껑을 여는 순간 멘붕이 오고 말았습니다. 세례수가 없었습니다.
2.목사님이 설교 중에 내용을 잊어버리셨습니다. ‘내가 네게 곧 가리니’ 했는데 다음 말이 생각이 안 나셨지요. 단상을 붙잡고 한 번 더 ‘내가 네게 곧 가리니!’ 했는데도 여전히 생각이 안 나셨습니다. 떨리는 손을 감추느라 단상을 힘입게 잡고 한 번 더 외치셨습니다. ‘내가 네게 곧 가리니!!’ 그런데 힘을 너무 주는 바람에 단상이 앞으로 넘어가고 목사님도 넘어져 앞자리에 계신 집사님하고 부딪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목사님. 제게 오시겠다고 세 번이나 말씀하셨는데 못 피한 제가 잘못이지요.^^”
3.금요예배 때 찬양인도 하시던 목사님이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부르시면서 너무 심취한 나머지 눈까지 감으시고...“나 주의 이름 높이리~/ 주의 이름 높이리이이/ 파란 하늘 끝에서 자유롭게~에/ 주의 이름 높이리”
4.심방 예배 중...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리라/ 사막에 꽃이 피어 향내 내리라/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엥?”
5.심방 예배 끝에 항상 축도하시던 목사님이 두 손을 들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잠시 당황해 하셨지만 이내 손을 슬그머니 내리시고...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6.심방 대원들을 이끄시고 101호에 사시는 집사님 집으로 가시던 목사님께서 1층에 들어서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사람들이 내리자, 뛰어가셔서 엘리베이터를 타신 채 심방대원들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하셨지요. 심방대원들 모두 쓰러지셨습니다. 목사님 하신 말씀 "이 집이에요~^^”
7.반주기 틀어놓고 찬양하던 목사님... 4절까지 다 불렀는데 반주기는 계속 나옵니다. 아뿔사 3절을 건너 뛰셨습니다.
8.‘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요/ 나는 주님의 귀한 어린양~’을 부르시던 목사님이 잠시 착각하셨습니다.
2절 : 못된 짐승 노래하는 아침과~3절 : 예쁜 새들 나를 해치 못하고~
9.시골에서 목회하시던 목사님이 승합차가 눈길에 헛바퀴가 돌자, 기어를 D에 두고 나와서 차를 미셨습니다. 생각보다 차는 빨랐고 길은 미끄러웠습니다. 차는 운전하는 사람 없이 혼자서 굴러가다 나무를 들이받고 멈췄습니다.
10.한참 설교 중인데, 부목사님으로부터 쪽지가 하나 올라옵니다.
“차량 번호 0000 차가 불이 켜져 있습니다.”
설교를 잠시 더 하시다가,
“내가 살다 살다 별 광고를 다 하네. 0000 차주 누구요? 2층에 있어? 손 들어봐요!”
부목사님이 다시 뛰어나오셔서 뭐라고 하자,
“어... 내 차네!”
얼른 키를 단상 아래로 던져 주셨습니다.
11.목사님이 설교하러 단상에 올라가셨다가 강대상에 ‘개새끼’라고 쓰인 종이를 발견하셨습니다.
“제가 별별 사연이 담긴 편지들을 받아 보았지만, 오늘처럼 자기 이름만 쓰고 내용은 없는 편지는 첨 받았습니다.”
하시며 교인들에게 그 종이를 들어 보여 주셨습니다.
12.성금요일 날, 목사님은 크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
원래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입니다.
13.어느 목사님 설교 제목 “시어미 오나 겁 없네!”
14.‘주님이 우리를 다스리십니다!’를 외치고 싶으셨던 목사님...
“우리가 주님을 다스리십니다~~!!”
15.“사도신경하심으로 우리의 신앙을 하나님께 고백하시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엥?”
16.69세에 안수를 받으신 목사님께서 목사안수식 마지막 축도를 하셨습니다. 축도하려고 단상에 올라서서 두 손을 올리는 순간 눈물이 솟구치셨습니다. 목사님이 우시는 이유를 아는 하객들도 따라 울면서 교회는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간신히 진정하신 목사님이 갑자기 뒤돌아서 선배 목사님께...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죠?”
울다가 ‘이제는’을 잊으셨습니다.
17.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을 설교하신 후 설교후기도를 하시던 목사님이 그만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가 생각나지 않으셨습니다. 잠시 뜸을 들이시더니...
“오늘 물 위를 걸으신 그 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18.목사도 사람입니다. 실수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화도 납니다. 염려하지 말라 설교하고 고민 속에 잠 못 드는 날이 있습니다. 항상 기뻐하라 설교하고 하루 종일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삶의 짐을 주님께 맡기라 하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기도 합니다. 감사하라 하고선 종일 투덜투덜 하기도 합니다.
19.저도 목사지만, 제가 설교한 것에 반만큼이라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