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설립 된지 이제 26년이 되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기를 결심하고, 교육목사로 있던 교회를 사임하기 1년 전부터 수원, 평택, 안중, 원주 등 여러 지역을 사모와 함께 다녔습니다. 그렇지만 교회할 만한 장소를 찾지 못했습니다. 교회를 할 만한 장소는 있었지만 그곳을 얻기에는 가지고 있는 재정이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서울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 어깨에 힘이 빠졌습니다. 현실의 벽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시는 곳이면 아무데서나 하지” 라고 생각 하면서도 “아무데서나”에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그 때에 가정교회를 알았다면 장소에 대한 고민을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살던 집이 자가였기에 살던 집에서 신약교회처럼 가정교회를 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가 어느 정도 성장하여 집에서 모이는 것이 어렵게 되면 건물을 얻고, 성도들을 목자로 세워 가정교회를 확장해 나가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정교회를 제대로 알게 된 이후에 “왜 그 때 가정교회를 할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아쉬워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항상 붙잡고 살아가는 성경적 확신 중에 하나가 “하나님은 선이시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언제나 옳다.”입니다. 그러기에 그 때에 가정교회를 잘 알지 못해서 지금 이곳에 교회를 개척하게 하신 것도 하나님이 하신 옳은 일이라고 믿기에 후회는 잠깐이었습니다. 그래도 15년 전에 가정교회를 제대로 알게 하셔서 지금과 같은 행복한 목사로 살아가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이곳에서 교회를 개척할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개척할 장소를 알아보다 천안에 저 보다 일 년 먼저 개척한 친구 목사가 생각나서 어떻게 교회를 하고 있나 하고 찾아오게 되었고, 길을 잘못 들어서 보게 된 것이 삼일아파트 모델 하우스 앞에 걸린 ‘입주 아파트 상가 분양’ 이라는 현수막이었습니다. 그냥 ‘상가 분양’ 그랬으면 들어가지 않았을 것인데 ‘입주 상가 분양’이라는 문구에 끌렸습니다. 기존의 아파트 상가는 웬만하면 교회가 다 있기에 입주 상가는 교회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들어가 상담을 받았을 때 그 동안 제가 보았던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역시 재정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아닌가 보다’ 하고 포기하고, 친구를 만나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상가 분양 담당자의 전화가 계속되었습니다. 재정이 안되서 분양 받기 어렵다고 하는데도 “필요한 만큼 대출도 받게 해주겠다.”, “교회가 필요한 만큼 평수도 잘라주겠다.” 고 제시를 해주었고, 그 당시 교회 장소 알아보는데 지쳐가는 지라 결국 그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 다 팔고, 조금 모아 놓은 것 다 드리면 상가를 분양 받는데 필요한 재정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오게 되었고, 천안아산제자교회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교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와 아내 그리고 다섯 살 된 아들과 낳은 지 한 달 된 딸이 전부였습니다. 분양 이후 텅 빈 상가 공간에 교회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제가 중매해서 결혼한 목수 형제의 재능 기부를 받고, 제가 보조가 되어 그 더운 8월에 교회당 인테리어 공사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나 싶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그곳에서 예배해야 한다는 일념이 밤낮으로 피곤한 줄 모르고 일을 했습니다. 목수 형제의 재능 기부 시간은 6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1997년 9월 7일에 삼일아파트 상가 4증의 33평 공간에서 첫 주일 예배를 드렸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이었던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그 날에 한 사람의 첫 등록자도 있었습니다. 파악해 보니 26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등록했다가 떠나갔는데 그 수가 현재 남아 있는 성도들의 수 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어디에 있든지 그 분들 모두가 주님 안에서 잘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지금 함께 하는 모든 성도들을 축복합니다. 이 땅에 사는 동안 천안아산제자교회의 성도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자부심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심목사